키미 K3, ‘제2의 딥시크’라고?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가 공개한 '키미 K3(Kimi K3)'가 AI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에서 강력한 AI 모델이 나왔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하지만 K3는 일부 독립 평가에서 미국 최상위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보였고, 장시간 코딩과 도구 사용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는데요. 오는 27일까지 전체 모델 가중치 공개를 예고한 키미 K3, 무엇이 다른 걸까요?

2.8조 파라미터의 거대 모델

키미 K3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수치는 총 2조8,000억 개에 달하는 파라미터입니다. 이는 현재 공개된 주요 오픈웨이트 계열 모델 가운데 가장 큰 축에 속하는 규모입니다. 물론 이 숫자를 그대로 모델의 계산량이나 성능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주요 오픈 프런티어 모델의 총 파라미터 규모 변화

주요 오픈 프런티어 모델의 총 파라미터 규모 변화. 출처: 문샷AI

K3는 여러 전문 모듈 가운데 입력에 필요한 일부만 선택해 사용하는 MoE(Mixture of Experts)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문샷AI에 따르면 모델 내부에는 896개의 전문가 모듈이 있으며, 토큰 하나를 처리할 때는 그중 16개만 활성화됩니다. 즉 2.8조 개의 파라미터를 매번 모두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모델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키미 K3, 단순 챗봇이 아닌 '일하는 에이전트'

K3는 일반적인 질의응답보다 여러 단계를 거쳐 결과물을 완성하는 에이전트 업무에 초점을 맞춘 모델입니다. 이게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에이전트형 AI는 답변을 한 번 생성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이해한 뒤 필요한 자료를 찾고, 코드를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해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델의 추론 능력뿐 아니라 파일 검색과 터미널 사용, 오류 복구, 긴 작업 기록을 관리하는 실행 환경도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문샷AI는 이런 장기 작업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몇 가지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한 실험에서는 K3가 최대 24시간 동안 GPU 연산 코드를 반복해서 수정하며 처리 속도를 높이도록 했습니다. 또 K3는 'MiniTriton'이라는 소형 GPU 컴파일러를 직접 만들었는데요. 문샷AI는 일부 내부 평가에서 이 컴파일러가 기존 GPU 코드 최적화 도구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성능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문샷AI는 K3가 오픈소스 반도체 설계 도구와 45나노 공정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소형 AI 모델용 칩을 48시간 동안 설계하고 시뮬레이션했다고 밝혔습니다.

Kimi K3의 반도체 설계 사례. 실제 제작된 칩이 아니라 설계 및 검증 단계의 개념증명이다.

Kimi K3의 반도체 설계 사례. 실제 제작된 칩이 아니라 설계 및 검증 단계의 개념증명이다. 출처: 문샷AI

K3는 연구 업무에서도 장시간에 걸쳐 여러 단계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계산천체물리학 주제를 분석하기 위해 논문 20편 이상을 검토하고, 300개가 넘는 물리 모델을 비교한 뒤 3,000줄 이상의 분석 코드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또 AI 반도체 산업의 변화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수천 차례의 웹 검색과 데이터 수집을 거쳐 대화형 분석 페이지를 만들었지요.

다만 이 결과들은 모두 문샷AI가 직접 선정해 공개한 사례입니다. 성공하기까지 몇 차례 시도했는지, 사람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실패한 작업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지요. 따라서 K3가 어떤 종류의 장기 업무를 목표로 하는지 보여주는 예시로는 의미가 있지만, 일반적인 성공률을 입증한 독립 평가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능 평가는 어떻게 봐야 할까?

K3는 AI 모델 평가 플랫폼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의 종합 성능 지표에서 57점을 기록해 최상위권에 올랐습니다. 다만 출력 속도는 당시 측정 기준 초당 42토큰으로 비교 모델 가운데 느린 편이었고, 평가 과제당 비용도 0.95달러로 다른 중국계 모델보다 높았습니다. 즉 K3는 압도적인 가성비 모델이라기보다, 높은 성능과 함께 속도와 비용 측면의 부담도 나타나는 모델에 가깝습니다.

주요 AI 모델의 종합 성능, 출력 속도, 평가 과제당 비용 비교. 출처: Artificial Analysis

주요 AI 모델의 종합 성능, 출력 속도, 평가 과제당 비용 비교. 출처: Artificial Analysis

그럼에도 비슷한 성능대의 미국 모델과 비교하면 비용 경쟁력은 남아 있는데요. 위 이미지 오른쪽의 과제당 비용 그래프를 보면, K3는 0.95달러로 GPT-5.6 Sol의 1.04달러와 Claude Fable 5의 2.75달러보다 낮았습니다. 여기에 가중치 공개까지 이뤄진다면, 미국 AI 기업에는 성능뿐 아니라 가격과 배포 방식에서도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벤치마크 결과를 해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한데요. 평가마다 측정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코딩이나 에이전트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문서 작성, 사실 정확성, 대화 품질, 안전성까지 모두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일부 에이전트 평가에서는 모델마다 서로 다른 실행 환경이 사용됐는데요. K3는 Kimi Code를, 다른 모델은 Claude Code나 Codex를 사용하는 식입니다. 이 경우 결과에는 기반 모델뿐 아니라 도구 구성, 시스템 프롬프트, 재시도 방식, 작업 기록 관리 방식까지 함께 반영됩니다. 실제 제품 비교에서는 이 조합 전체가 중요하지만, 기반 모델 자체의 성능 차이를 보려면 동일한 환경과 조건에서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K3가 미국 AI를 넘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어렵겠지만, 중국 모델이 최상위 경쟁권에 진입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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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가 아니라, 오픈웨이트

K3는 오픈웨이트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오픈웨이트는 학습을 마친 모델의 가중치를 내려받아 자체 인프라에서 운영하거나 추가 학습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식을 뜻하는데요. 그렇다고 반드시 학습 데이터와 학습 코드, 전체 개발 과정까지 모두 공개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가중치 공개의 산업적 의미는 특정 기업의 API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습니다. 기업은 자체 인프라에 모델을 배포할 경우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 서버로 보내지 않고 처리하거나, 특정 산업과 업무에 맞게 모델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선택권이 곧 손쉬운 자체 운영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K3처럼 규모가 큰 MoE 모델을 효율적으로 구동하려면 여러 가속기 사이의 고속 통신이 중요합니다. 이에 문샷AI는 64개 이상의 가속기로 구성된 슈퍼노드 환경에 K3를 배포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요. 자체 인프라가 없는 기업이라면 K3를 직접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실제 활용은 클라우드나 전문 추론 서비스 사업자가 K3를 호스팅하고, 기업이 이를 선택해 사용하는 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지요. 결국 K3의 개방성은 '누구나 무료로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기보다, 미국 기업의 폐쇄형 API 외에도 최상위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K3는 '제2의 딥시크'로도 불리지만, 충격의 성격은 조금 다릅니다. 딥시크가 비용 효율로 주목받았다면, K3는 압도적으로 저렴한 모델이라기보다 미국 최상위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갖춘 대규모 모델을 오픈웨이트로 공개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K3의 등장은 미국과 중국의 AI 생태계 전략 차이도 보여주는데요. 미국의 대표적인 최상위 모델들이 폐쇄형 API를 중심으로 제공되는 반면, 최근 중국의 주요 AI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모델의 가중치를 공개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택하고 있습니다. 결국 경쟁의 기준도 누가 가장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지뿐 아니라, 누가 더 많은 기업과 개발자가 참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지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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