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예측하는 미중 AI 전쟁

 앤트로픽이 예측하는 미중 AI 전쟁

앤트로픽은 지난 5월 14일, 보고서 <2028: Two scenarios for global AI leadership>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2028년에 중국이 AI 패권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구체적인 정책 조치를 미국 정부에 요구하는 보고서인데요. 보고서의 모든 논리는 컴퓨트(AI 연산 인프라)에서 출발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 본 내용은 앤트로픽의 보고서에 기반한 내용이며, 셀렉트스타의 의견과 무관합니다.

중요한 건, '컴퓨트'

컴퓨트란 무엇인가?


AI 모델을 훈련시키려면 엄청난 양의 수학 연산이 필요한데요. 이 연산을 처리하는 데 쓰이는 GPU나 TPU 같은 고성능 반도체,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서버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통틀어 흔히 '컴퓨트'라고 부릅니다. AI가 학습하고 작동하는 데 필요한 계산 능력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간 AI 모델 성능은 크게 세 가지 요소에서 나왔습니다. 더 많은 컴퓨트, 더 많은 데이터, 더 나은 알고리즘에서 말이지요. 그런데 최근 10여 년간 이 셋 중에서도 컴퓨트의 중요성이 특히 크게 부각됐습니다.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s)'이라고 불리는 이 원리는, 모델 크기와 데이터 규모, 학습에 투입되는 컴퓨트가 커질수록 모델 성능이 비교적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향상된다는 관찰인데요.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과 인재를 가지고 있어도 충분한 컴퓨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왜 미국이 칩 시장을 지배하나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성능 좋은 AI 칩을 만드는 것은 NVIDIA(미국), AMD(미국), Google(TPU, 미국), Amazon(Trainium, 미국)입니다. 이 칩들을 실제로 제조하는 곳은 TSMC(대만)과 Samsung(한국)이고, 이 칩들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반도체 제조 장비(SME)는 ASML(네덜란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미국) 등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즉, 최첨단 AI 칩의 설계-제조-장비 공급망 전체가 민주주의 국가들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지요. 이는 미국이 중국에 비해 가진 가장 강력한 지렛대입니다. 

미국의 수출 통제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나


미국은 최근 여러 행정부를 거치며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해 왔는데요. 중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Huawei가 2026년에 생산할 수 있는 AI 칩의 총 연산 성능은 NVIDIA의 4%, 2027년엔 2% 수준입니다. 게다가 NVIDIA는 미국 및 동맹국 칩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고, 구글의 TPU와 아마존의 Trainium도 빠르게 생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은 칩 격차는 좁혀지는 것이 아니라 벌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중국은 수출 통제 이전부터 Made in China 2025와 반도체 산업 펀드 등, 엄청난 국가 지원을 투입하며 국산 칩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결정적인 병목이 있습니다. 최첨단 칩을 충분한 품질과 규모로 만들려면 EUV 같은 핵심 장비 접근성이 결정적인데요. 이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들고 있으며 중국 수출이 제한돼 있습니다. 따라서 한 단계 아래인 DUV(심자외선) 장비까지도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중국의 자체 생산 능력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합니다.

중국이 그럼에도 따라오는 두 가지 방법

1️⃣ 불법적인 컴퓨트 확보


수출 통제가 있어도 중국은 두 가지 방식으로 미국 칩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힙니다.

  • 직접 밀수
    연방 검사들은 Supermicro 공동창업자 등이 25억 달러 상당의 미국 첨단 서버를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딥시크도 최신 모델을 중국 판매가 금지된 미국 칩으로 훈련시켰다는 미 정부 및 언론 보도가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합니다.

  • 해외 데이터센터 원격 접속
    파이낸셜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는 동남아시아에 있는 데이터센터의 수출 통제된 미국 칩을 이용해 자사 모델을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현행 미국 수출법은 칩의 판매를 규제하지, 원격 접속은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 허점이 생기지요. 중국 회사는 직접 칩을 사지 않고도, 동남아 데이터센터를 통해 원격으로 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증류 공격(Distillation Attacks)

증류 공격은 보고서에서 가장 강조하는 공격 방식입니다. 증류는 크고 강력한 교사 모델이 생성한 출력값으로 작고 효율적인 학생 모델을 훈련시키는 방법입니다. 지식을 '증류'해서 옮기는 것이죠.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AI 연구소들이 이 방식을 대규모 산업 스파이 수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

  1. 수천 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오픈AI, 앤트로픽, 구글의 API에 접속한다.
  2. 이 계정들로 엄청난 양의 질문을 던지고 응답을 대규모로 수집한다.
  3. 이 수집한 데이터로 자기네 모델을 훈련시킨다.
 

이 방식이 효과가 있을까요?

보고서는 미국이 수십 년간의 연구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개발한 모델의 능력을, 훨씬 적은 비용으로 복사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중국 국영 매체조차 이를 중국 AI 업계의 '뒷문(백도어, back door)'이라고 표현했고, 바이트댄스 출신 연구자는 중국 AI 연구소들이 자체 데이터 파이프라인 투자를 피하기 위한 지름길로 이를 사용한다고 인정했다고 합니다.

미중 AI 경쟁의 4가지 전선

보고서는 미중 AI 경쟁이 4가지 전선에서 동시에 벌어진다고 분석하는데요. 하나씩 간단하게 알아볼까요?


1: 지능(Intelligence)

누가 더 똑똑한 AI 모델을 만드느냐입니다. 가장 중요한 전선이며, 다른 전선에도 영향을 미치지요. 현재 미국이 수개월 앞서 있지만, 중국은 우회로를 통해 근접해 있는 상태입니다.

2: 국내 채택(Domestic Adoption)

AI를 자국 경제와 정부 시스템에 얼마나 빠르고 깊게 통합하느냐입니다. 앤트로픽은 모델이 조금 뒤처져도 채택을 더 잘 하면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중국의 'AI+' 정책은 사실상 전 국가적으로 AI 통합을 밀어붙이는 계획입니다. 군사 부문에서도 PLA(인민해방군)는 딥시크 모델을 무인 드론 떼 조율과 사이버 공격 능력에 이미 도입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하지요. 군이 새 AI 모델을 채택하는 데 미국은 수년이 걸리지만,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는 몇 주 만에 현장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도 위협 요인으로 언급됩니다.

3: 글로벌 유통(Global Distribution)

세계 경제가 누구의 AI 인프라 위에서 돌아가느냐입니다. 이는 단기 경쟁이 아니라 장기적인 인프라 싸움이지요. 보고서는 Huawei의 5G 전략을 비유로 드는데요. Huawei는 미국보다 성능이 다소 낮더라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개도국에 5G 인프라를 공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Huawei 인프라에 종속됐고, 이는 중국에 상당한 지정학적 영향력을 줬지요. AI에서도 같은 전략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4: 회복력(Resilience)

AI 전환기에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는 능력입니다.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 경제적 혼란, 정보 조작 등 내부적 충격을 버텨내는 나라가 유리하겠지요? 

가장 빠른 AI 뉴스

앤트로픽의 요구사항

앤트로픽은 보고서에서 2028년을 예측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하나는 미국이 수출 통제 허점을 막고, 증류 공격을 차단하고, 동맹국들과 협력해 AI를 적극 수출한 결과이고, 또 하나는 미국이 허점을 방치하고 수출 통제를 느슨하게 한 결과를 보여주지요. 결과는 예상할 수 있듯이, 미국 AI 모델이 중국보다 12~24개월 앞선 상태로 안전하고 우월하게 앞서거나 중국 AI 모델이 빠르게 미국을 따라잡고, 빠른 국내 채택을 통해 경제나 군사 우위를 점유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어 앤트로픽은 정책에 대한 요구 사항을 공개합니다.

1) 허점 차단
  • 밀수 단속 예산 대폭 확대
  • 해외 데이터센터를 통한 원격 접속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 (현재 법의 허점 수정)
  • DUV 장비와 반도체 제조 장비의 서비스 및 유지보수도 규제
2) 증류 공격 방어
  • 법적으로 증류 공격을 불법화 (현재 법적으로 애매한 영역)
  • 미국 AI 기업들 간의 위협 정보 공유 촉진
  • 정부와 민간 AI 기업 간 기술적 협력 지원
  • 하원 외교위원회는 이 문제를 다루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킴
3) 미국 AI의 글로벌 수출 촉진
  • 개도국이 중국산 AI 인프라 대신 미국산을 채택하도록 외교 및 경제적 지원
  •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AI 기술 스택 수출 촉진' 정책을 지지
 
다만, 이 보고서는 한 가지를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합니다. 중국 AI 기업 제재와 증류 공격 차단은 앤트로픽을 포함한 미국 AI 기업들에게 직접적으로 유리한 정책입니다. '미국이 앞서야 AI가 안전해진다'는 논리도, 앤트로픽의 안전 연구 미션과 미국의 국익을 깔끔하게 하나로 묶어주는 전략적인 프레이밍으로 볼 수도 있지요. 또한 2028년 예측 시나리오는 검증하기 어려운 추정이 많이 들어있고, 또 중국의 AI 관련 행보를 불법과 우회로 일축하는 부분도 다소 편의적입니다.

보고서의 모든 주장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증류 공격의 현실이나 컴퓨트 격차의 의미, 그리고 글로벌 인프라 전쟁의 구도 같은 내용은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AI 기술이 국력의 수준을 상징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주변을 잘 살피고,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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