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학자 호세 페나데스(José Penadés)는 쇼핑을 하던 중 걸음을 멈췄습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일행에게 '상황을 좀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시간 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까지 했는데요. 구글의 AI 기반 연구 도구인 Co-scientist가 페난데스의 연구팀이 10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단 이틀 만에 도출했기 때문입니다.
연구의 근본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은 페나데스는 즉시 구글에 이메일을 보내 "제 컴퓨터에 접속 권한을 갖고 있는 거죠, 그쵸?(You have access to my computer, is that right?)" 라고 물었습니다. 물론 구글은 부인했습니다. 그렇다면 구글의 AI는 어떻게 페난데스의 연구팀이 10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단 이틀 만에 도출할 수 있었을까요?
10년의 연구, 단 이틀 만에 해결되다

페나데스의 연구팀은 항생제 내성을 가진 병원균을 일컫는 '슈퍼버그'가 어떻게 진화하고 확산되는지에 대해 연구해 왔습니다. 슈퍼버그가 바이러스로부터 "꼬리"를 형성하여, 이를 이용해 종을 뛰어넘어 확산될 수 있다는 가설인데요.
슈퍼버그가 "열쇠"를 갖고 있어 숙주에서 숙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비유했습니다. 즉, 각 숙주가 하나의 집이라면, 슈퍼버그는 바이러스로부터 획득한 꼬리를 이용해 새로운 집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이 가설은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되었으며, 논문으로 발표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페나데스가 호기심으로 연구의 핵심 문제를 간략히 제시하는 프롬프트를 입력하자 co-scientist는 정확히 같은 가설을 48시간 만에 도출했습니다. 게다가 추가로 4개의 가설도 함께 제안했는데요. 모두 신빙성이 있는 가설이었고, 그중 하나는 연구팀이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가설이라 현재이 새로운 가설을 바탕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페나데스는 밝혔습니다.
Co-Scientist가 뭐길래?
Co-Scientist는 구글의 Gemini 2.0을 기반으로 개발된 AI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연구자들이 연구 가설을 생성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가속화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기존 AI 도구들은 문헌을 요약하거나 검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Co-Scientist는 독창적인 과학적 가설을 생성하고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Co-Scientist는 여러 개의 특화된 AI 에이전트로 구성되는데요:
Generation(생성) – 초기 연구 가설 생성
Reflection(회고) – 가설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피드백 제공
Ranking(순위 매김) – 다양한 가설을 비교하여 가장 유망한 가설 선정
Evolution(진화) – 가설을 반복적으로 개선하여 과학적 완성도 향상
Proximity(근접성 분석) – 기존 연구와의 관련성 평가
Meta-Review(메타 검토) – 연구 결과의 일관성과 신뢰성 검토
AI는 위와 같은 구조를 통해 실제 연구자들이 수행하는 과정을 모방하여 분석하고 가설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수행해야 하는 작업을 훨씬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요.

Co-scientist 구조
Co-scientist의 또 다른 강력한 기능은 자체 평가 및 가설 간 토너먼트 방식의 비교 분석입니다.
- Co-scientist는 자기 검토(Self-Play) 기법, 즉 AI가 스스로 생성한 가설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내고, 이를 기존 가설과 비교하며 논쟁을 벌이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다양한 가설을 조합하고 재구성하며, 보다 강력한 논리적 정합성을 가진 가설을 선별하는 방향으로 최적화된다.
가설 간 상대적인 우수성을 평가하기 위해 Elo 자동 평가 시스템(Elo Auto-Evaluation)을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여러 가설을 비교하고 순위를 매기는 자체 평가 방식으로, 체스 등에서 상대적인 실력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응용한 시스템이다. 연구 가설 간 논리적 일관성, 기존 연구와의 연관성, 혁신성을 비교하여 보다 유망한 가설을 선별한다.
이 모든 과정과 기능은 페나데스의 연구팀이 10년 동안 연구한 가설을 이틀 만에 도출하고, 추가 가설까지 제공한 배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Co-scientist가 기여한 다른 연구가 있을까?
Co-Scientist가 연구에 기여한 실제 사례들을 가볍게 살펴볼까요? 🔎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를 위한 약물 재창출
: Co-scientist가 기존 승인된 약물에서 AML 치료에 적합한 후보를 제안했고, 제안한 후보 약물이 암세포 생존율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간 섬유증(Liver Fibrosis) 치료 표적 발굴
: Co-scientist가 제안한 후성유전학적(epigenetic) 치료 표적이 실제 인간의 간 조직과 유사한 환경에서 치료 표적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실험하는 인간 간 오가노이드(organoid) 실험에서 강력한 항섬유화 효과를 보였다.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 메커니즘 설명
: Co-Scientist는 박테리아 유전자 전이(gene transfer) 과정을 설명하는 새로운 가설을 생성했으며, 이 결과가 실험적으로 검증된 최신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Co-scientist가 실제로 기여한 연구 사례
페나데스는 과학 연구에서 AI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똑똑히 경험했습니다. 올바른 가설을 세우는 데 걸리는 수 년의 시간을 AI가 며칠 만에 해결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술과 치료는 더욱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역할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에 페나데스는 말합니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AI가 연구자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것은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마치 중요한 경기에 출전하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이걸 통해 저는 마침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뛰는 기분입니다.
과학자(scientist)와 협력(cooperate)하는 co-scientist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수많은 co-시리즈가 기대됩니다.